맥을 모으다 보면 세대가 뚝 끊기는 지점이 있다. 콤팩트 맥과 Quadra까지는 부품과 자료가 돌지만, 그 다음 칸에 놓인 초기 Power Mac은 유독 사람들이 말을 아낀다. 그 어색한 자리를 첫 편으로 골랐다.
이 글부터 올드맥을 기종별로 하나씩 자세히 다루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전에 다룬 Macintosh Plus 편이 68000 시대의 출발점이었다면, Power Macintosh 6100은 그 68k 계보가 끝나기 시작한 자리에 놓인 기계다. 애플이 1994년 3월 14일에 내놓은 첫 PowerPC 매킨토시 세 종 가운데 가장 싼 모델이고, 새 CPU를 팔면서 기존 68k 소프트웨어를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으로 떠안은 전환기 하드웨어다.
1994년 3월, PowerPC 맥은 세 대가 한꺼번에 나왔다
6100, 7100, 8100이 같은 날 발표됐다. 세 기종 모두 PowerPC 601을 쓰지만 케이스와 확장성이 다르다. 6100은 납작한 피자박스에 슬롯 한 칸, 7100은 Macintosh IIvx 계열의 데스크톱 케이스에 601 PDS 한 칸과 NuBus 세 칸, 8100은 Quadra 800의 미니타워 케이스에 같은 슬롯 구성을 담았다. 세로로 선 케이스를 쓴 것은 8100뿐이다.
가격도 그만큼 벌어졌다. 6100/60은 구성에 따라 1820달러에서 2350달러, 7100/66은 2900달러에서 3500달러, 8100/80은 4250달러에서 5250달러로 시작했다. 6100은 처음부터 "PowerPC를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이라는 자리에 놓인 기계다. 애플 내부 코드네임은 Piltdown Man이었다.
Power Macintosh 6100 주요 사양
| 항목 | 6100/60 | 6100/66 |
|---|---|---|
| 발표일 | 1994년 3월 14일 | 1995년 1월 3일 |
| 단종일 | 1995년 1월 3일 | 1995년 10월 14일 |
| CPU | PowerPC 601 60MHz | PowerPC 601 66MHz |
| 시스템 버스 | 30MHz | 33MHz |
| L1 캐시 | 32KB 통합 캐시 | 32KB 통합 캐시 |
| L2 캐시 | 256KB(옵션) | 256KB(기본 탑재로 적는 자료와 옵션으로 적는 자료가 갈림) |
| 기본 RAM | 8MB 또는 16MB | 8MB 또는 16MB |
| 비디오 메모리 | 640KB, 시스템 RAM에서 떼어 씀(AV 카드 장착 시 2MB 전용 VRAM) | |
| 확장 슬롯 | 601 PDS 1칸(어댑터로 7인치 NuBus 카드 사용) | |
| 주요 포트 | HDI-45 비디오, DB-25 SCSI, ADB, 시리얼 2, AAUI-15 이더넷, 16비트 스테레오 입출력 | |
| 발매 가격 | 1820~2350달러 | 1750~2150달러 |
| 지원 Mac OS | System 7.1.2 ~ Mac OS 9.1 |
최대 RAM은 자료마다 다르다. 8MB가 보드에 붙어 있고 72핀 SIMM 슬롯이 두 칸이라는 점은 공통인데, EveryMac은 실측 기준 136MB로, Wikipedia는 128MB SIMM 두 장을 꽂은 264MB로 적는다. 온보드 비디오의 최대 해상도는 832x624(256색)이고, 1152x870은 AV 카드를 장착했을 때 이야기다.
68k 소프트웨어는 68LC040 에뮬레이터가 돌렸다
PowerPC 601은 68000 계열과 명령 체계가 전혀 다르다. 그런데 1994년의 Mac OS와 애플리케이션은 거의 전부 68k 코드였다. 애플이 택한 답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안에 68k 인터프리터를 넣는 것이었고, Inside Macintosh는 이 구성요소를 68LC040 Emulator라고 부른다.
이 에뮬레이터가 흉내 내는 대상은 68EC040 명령셋의 user 서브셋이다. 예외 스택 프레임만 68020/68030 형식을 쓴다. 애플 문서는 소프트웨어 구성이 가장 가까운 실제 기계로 68LC040을 얹은 Macintosh Centris 610을 지목하면서, Centris 610에서 문제없이 돌던 소프트웨어라면 에뮬레이터에서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적는다. 부동소수점 코프로세서(68881/68882) 명령과 PMMU 명령은 지원하지 않는다.
영리한 부분은 시스템 콜 처리다. 68k 시절 Mac OS API는 프로세서 트랩으로 구현돼 있었기 때문에, 트랩 진입점만 네이티브 PowerPC 코드로 바꿔 두면 애플리케이션 본체만 에뮬레이션 대상이 된다. 68k 코드와 PowerPC 코드를 섞어 부르는 일은 Mixed Mode Manager와 UPP(Universal Procedure Pointer)가 맡았다. 한 실행 파일에 68k와 PowerPC 코드를 함께 담는 fat binary도 이 구조 위에서 나왔다.
속도는 어땠나. 정량 비교는 자료마다 다르다. Wikipedia는 680x0 소프트웨어가 에뮬레이션 계층 때문에 더 느리다고만 적고, 네이티브 코드 성능은 6100이 대체하려던 Quadra 610보다 빠르다고 기술한다. Low End Mac의 1세대 Power Mac 회고글은 OS 자체가 68k 코드였던 탓에 체감이 25MHz 68030 기반 Mac IIci에 가까웠다고 적는다. 확실한 것은 이 기계의 실사용 감각이 601의 클럭이 아니라 "내가 돌리는 소프트웨어가 네이티브인가"에 달려 있었다는 점이다.
케이스는 Quadra 610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6100의 외형은 Centris 610과 Quadra 610에서 쓰던 피자박스 케이스다. 높이 3.4인치, 가로 16.3인치, 세로 15.6인치, 무게 14파운드(6.4kg). 실물을 보면 요즘 데스크톱보다 바닥 면적은 넓고 두께는 얇다. 모니터를 위에 올려놓는 배치를 전제로 만든 형태다.
사소하지만 이 기계에서 기억되는 디테일이 시동음이다. 6100 세대의 시동 화음은 재즈 기타리스트 Stanley Jordan이 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에러 사운드는 이전의 전자음 대신 자동차 충돌음으로 바뀌었다.
확장 슬롯 한 칸에 함정이 여러 개 있다
수집가 입장에서 6100이 까다로운 이유는 성능이 아니라 확장 구조다.
- 슬롯이 한 칸이다. 601 PDS 한 칸뿐이고, NuBus 카드를 쓰려면 어댑터를 끼워야 한다. 게다가 케이스가 낮아 7인치 카드까지만 들어간다.
- AV 카드는 그 한 칸을 다 먹는다. AV 구성을 유지하면 다른 카드를 꽂을 자리가 없다.
- 비디오 출력이 HDI-45다. 애플 AudioVision 14 디스플레이를 위한 전용 커넥터라서, 일반 맥 모니터나 VGA 모니터를 붙이려면 HDI-45 어댑터가 필요하다. 이 어댑터가 없으면 화면부터 막힌다.
- 이더넷이 AAUI-15다. RJ-45로 쓰려면 AAUI 트랜시버가 따로 있어야 한다.
- 비디오가 시스템 RAM을 640KB 가져간다. 8MB 구성에서는 무시할 크기가 아니고, 화면 갱신도 전용 VRAM 카드를 꽂은 쪽이 낫다.
중고로 본체만 구하기는 어렵지 않은 편이지만, HDI-45 어댑터와 AAUI 트랜시버 같은 주변 물건이 없으면 켜 보는 단계에서 부딪힌다. 본체보다 어댑터가 귀한 기종이다.
파생 모델이 유난히 많다
6100은 이름을 여러 개 갖고 있다.
- 6100/60AV, 6100/66AV: 컴포지트와 S-비디오 입출력, 48kHz 16비트 오디오 처리를 담은 AV 카드 구성.
- 6100/66 DOS Compatible: Intel 80486DX2/66을 얹은 호환 카드를 슬롯에 꽂아 MS-DOS 6.22와 Windows 3.1을 Mac OS와 함께 쓰는 모델. 한 상자에 CPU가 두 개 들어 있는 구성이다.
- Performa 6110 계열: 1994년 11월 1일 발표된 소비자 시장용 번호(6110CD, 6112CD, 6115CD, 6117CD, 6118CD. 6116CD만 1995년 7월에 추가). 모니터와 키보드, Quicken 같은 번들 소프트웨어를 묶어 팔았다.
- Workgroup Server 6150: 1994년 4월에 나온 서버 구성. 하드웨어는 같고 서버용 소프트웨어를 얹었다.
모델명이 갈려도 로직보드 계보는 하나다. 매물 설명에 Performa 6116CD라고 적혀 있어도 6100 이야기라고 읽으면 된다.
OS는 9.1까지 올라가고, CPU도 바꿀 수 있다
지원 범위는 System 7.1.2에서 Mac OS 9.1까지다(66MHz 모델은 System 7.5부터). 7.5.2는 이 계열에서 건너뛰는 버전으로 기록돼 있다. 첫 PowerPC 세대가 9.1을 돌린다는 사실 자체가 이 아키텍처의 수명을 보여준다. 다만 8MB 기본 RAM으로 9.1을 쓸 수는 없다.
가속 카드도 나왔다. Sonnet Crescendo NuBus 계열과 Newer Technology MaxPowr 같은 제품이 601 PDS 슬롯에 꽂혀 G3, G4급 프로세서를 얹었다. 원형 보존이 목적이라면 손댈 이유는 없지만, 실사용을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유일하게 의미 있는 업그레이드였다.
이 세대는 에뮬레이션이 아직 불편하다
Mini vMac으로 Macintosh Plus를 켜거나 VICE로 C64를 돌리는 것과 달리, NuBus PowerPC 맥은 "그 기종을 그대로 재현하는" 에뮬레이터가 마땅치 않다.
SheepShaver 공식 사이트는 Mac OS 7.5.2에서 9.0.4까지 구동하며 PowerMac ROM 이미지가 필요하다고만 밝힌다. 특정 기종을 재현한다고 적지 않고, 6100을 지원한다는 언급도 없다. 즉 6100의 하드웨어를 흉내 내는 도구가 아니라 PowerPC용 Mac OS를 돌리는 도구다.
QEMU는 PowerMac 계열로 g3beige(Heathrow 기반)와 mac99 두 머신만 문서에 올려 두었다. 둘 다 PCI 세대이고, NuBus 세대 Power Mac은 목록에 없다. 직접 확인해 보려면 다음 한 줄이면 된다.
qemu-system-ppc -machine help
정리하면, 1994년 Power Mac 트리오는 실기 없이 그 기계 자체를 체험하기 어려운 구간이다. 대신 그 위에서 돌던 소프트웨어 환경은 SheepShaver로 충분히 만져볼 수 있다. 68k 앱과 PowerPC 네이티브 앱을 같은 시스템에서 번갈아 실행해 보면 fat binary 시절 사용자가 무엇을 신경 썼는지 감이 온다.
자료는 archive.org가 가장 실하다. Apple PowerMac Manual: powermac 6100 series에 6100 계열의 분해와 부품 교체, DOS 호환 카드 관련 내용을 담은 160쪽 문서가 올라와 있고, 같은 사이트의 A Guide To The Power Macintosh (1994)는 애플이 당시 PowerPC 전환을 사용자에게 어떻게 설명했는지 보여준다. 사양 대조는 EveryMac과 Low End Mac을 같이 열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위에서 본 것처럼 최대 RAM과 최대 해상도는 출처끼리 값이 다르다.
그래서 6100은 무엇으로 기억할 기계인가
성능으로 기억할 기계는 아니다. 6100의 의미는 애플이 CPU 아키텍처를 갈아치우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자산을 어떻게 끌고 갔는지를 가장 값싼 하드웨어에서 보여줬다는 데 있다. 새 CPU는 601, 케이스는 Quadra 610 재활용, 그리고 OS 안에는 Centris 610을 흉내 내는 에뮬레이터. 이 조합이 68k에서 PowerPC로 넘어가던 시기의 실물이다.
애플의 아키텍처 전환은 이후 PowerPC에서 인텔로, 인텔에서 애플 실리콘으로 두 번 더 반복됐다. Rosetta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어디서 본 방식이라고 느꼈다면, 그 원형이 이 피자박스 안에 있었다. 시리즈 다음 편에서는 다른 기종으로 넘어간다. 68k 시대 쪽이 궁금하면 구 사이트 시절 정리한 Macintosh 512Ke와 Unitron Mac 512 글도 같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