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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ware

삼보 트라이젬 20: 세운상가 시대의 애플 II 호환기, 원본과 무엇이 같고 달랐나

동교동삼거리·2026년 8월 16일·조회 1

오래된 국산 컴퓨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트라이젬이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세운상가에서 애플 II 조립품이 손바뀜하던 시절, 대기업이 정식 브랜드를 달고 애플 호환기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트라이젬 20은 조금 특이한 자리에 있다. 실물을 만져본 사람보다 이름만 기억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기종이기도 하다.

트라이젬 20(TriGem-20)은 삼보(당시 삼보전자엔지니어링)가 1982년에 내놓은 애플 II 호환 개인용 컴퓨터다. 애플 II의 6502 구조와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받아들인 국내 초기 브랜드 PC로, 개인용 컴퓨터라는 물건을 국내 시장에 각인시킨 기종으로 기억된다. 다만 국내 최초로 상품화된 개인용 컴퓨터라는 타이틀은 그보다 앞선 삼보의 SE-8001에 있다.

어떤 회사가, 언제 왜 만들었나

삼보전자엔지니어링은 1980년 7월 2일 이용태 박사가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세운 회사다. 국내에서 컴퓨터 시스템 제조를 전업으로 삼은 첫 회사로 꼽힌다.

첫 상품은 1982년의 트라이젬이 아니라 1981년 1월에 발표한 SE-8001이다. 텔레비전 수상기에 전동 타자기를 붙인 형태였고 CPU 속도는 1MHz 수준이었다. 가격이 높아 개인보다 기업이 주로 썼다.

이듬해인 1982년에 나온 것이 애플 II 호환기 트라이젬 20이다. 가격은 42만 9000원으로 여전히 비쌌지만, 1982년부터 1983년까지 6000대가량 팔렸고 그중 개인이 산 물량이 1000대 정도로 알려져 있다. 개인이 집에 컴퓨터를 들인다는 발상이 국내에서 자리잡기 시작한 지점이다.

세운상가 조립품과 무엇이 달랐나

1980년대 초 국내에서 팔린 애플 II 호환기 다수는 세운상가의 소규모 업체가 만든 조립품이었다. 개인이나 작은 조직이 소량으로 사 갔고, 브랜드나 사후 지원 개념은 희박했다. 트라이젬 20은 그 시장에서 대기업이 정식 모델명을 달고 대량으로 내놓은 예외적인 제품이었다. 같은 애플 II 호환기라도 '세운상가 조립품'과 '삼보 브랜드'라는 위치가 달랐다는 뜻이다.

원본 애플 II와 같은 점, 다른 점

먼저 시점을 정리해야 한다. 트라이젬 20이 나온 1982년에 애플이 팔던 기종은 애플 II 플러스(Apple II Plus)였다. 흔히 원본으로 함께 거론되는 애플 IIe는 1983년 1월에야 나왔으므로, 트라이젬 20이 실제로 참고한 세대는 IIe가 아니라 II 플러스에 가깝다. IIe는 트라이젬 20보다 조금 뒤에 등장한 다음 세대이고, 국내 후기 호환기들이 따라간 대상이다.

호환기의 핵심은 애플 II의 6502 CPU 구조, 확장 슬롯(주변기기를 꽂아 기능을 늘리는 카드 슬롯), 그리고 애플이 만든 ROM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있었다. 이 셋이 맞아떨어져야 애플 II용 소프트웨어와 디스크가 그대로 돌아갔다. 트라이젬 20 역시 애플 II 호환기로서 이 소프트웨어 자산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었다.

아래는 트라이젬 20이 딛고 선 원본 두 세대의 확인된 사양이다. 호환기 내부 세부값은 개체와 자료마다 차이가 있어, 여기서는 원본 기준을 정리한다.

항목Apple II PlusApple IIe
CPUMOS 6502 @ 1.023MHz6502(후기형 65C02) @ 1.023MHz
표준 RAM48KB(확장 가능)64KB 표준
내장 ROM12KB급16KB
텍스트40열, 대문자 전용(소문자 없음)소문자 지원, 80열 기본
그래픽저해상도 40x48 16색, 고해상도 280x192 6색동일 계열 + 더블 해상도
발매1979년 6월1983년 1월
단종1982년 12월1993년(계열 종료)

같은 점은 명확하다. CPU 계열과 슬롯 구조, 소프트웨어 호환성이다. 달라진 지점은 세대 자체에 있다. II 플러스는 소문자가 없고 화면이 40열이었지만, IIe는 소문자와 80열을 기본으로 갖추고 메인보드 칩 수를 이전 세대의 120여 개에서 31개 수준으로 줄여 원가와 안정성을 개선했다. 트라이젬 20을 IIe와 나란히 놓고 보면 '한 세대 앞선 II 플러스 계열'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ROM 복제라는 회색지대

애플 II 호환기가 동작하려면 애플이 저작권을 가진 ROM 코드를 사실상 그대로 담아야 했다. 그래서 당시 애플 호환기 제작은 저작권 관점에서 회색지대에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애플이 자사 ROM 코드 보호에 나서면서 호환기 사업의 여지가 좁아졌고, 국내 제조사들도 IBM PC 호환기로 무게를 옮겨 갔다. 삼보가 1984년부터 IBM PC 호환기 쪽으로 방향을 잡은 배경에도 이런 사정이 겹친다.

수집가 관점에서 본 트라이젬 20

실물은 구하기 매우 어렵다. 생산 대수 자체가 많지 않았고, 초기 개인용 컴퓨터 특성상 버려지거나 부품으로 흩어진 개체가 대부분이다. 온전한 본체에 키보드와 전원부까지 살아 있는 물건은 드물다.

이 시대 애플 II 계열 공통으로, 상태를 볼 때 확인할 곳은 전원부 커패시터, 키보드 접점, 그리고 ROM/RAM이 소켓에 꽂힌 방식이면 그 접촉 부위다. 오래된 소켓은 산화로 접촉 불량이 잘 생긴다. 전원을 넣기 전에 전원부부터 점검하는 편이 안전하다.

지금 체험하는 방법

트라이젬 20 실물이나 그 전용 ROM 이미지를 구하기는 어렵지만, 애플 II 호환기였다는 점 덕분에 같은 소프트웨어 경험은 에뮬레이터로 충분히 재현된다. 윈도우에서는 AppleWin, macOS에서는 Virtual II나 OpenEmulator, 여러 플랫폼에서는 MAME가 애플 II 플러스와 IIe를 모두 지원한다.

기본 절차는 에뮬레이터에 애플 II 플러스 또는 IIe ROM을 지정하고 DOS 3.3 디스크 이미지를 부팅하는 것이다. 원본 II 플러스 세대를 고르면 트라이젬 20이 마주했던 화면 환경에 가깝게 맞출 수 있다.

당시 소프트웨어와 디스크 이미지, 매뉴얼 스캔은 archive.org의 애플 II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에서 상당수 받을 수 있다. 국내 초기 기종의 계보를 더 파보고 싶다면 나무위키의 TG삼보 문서와 위키백과 삼보컴퓨터 항목이 출발점으로 쓸 만하다.

자주 묻는 질문

트라이젬 20은 언제 나왔고 가격은 얼마였나?

1982년에 삼보(당시 삼보전자엔지니어링)가 내놓은 애플 II 호환 개인용 컴퓨터다. 가격은 42만 9000원이었고, 1982년부터 1983년까지 6000대가량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라이젬 20은 애플 IIe를 복제한 것인가?

정확히는 아니다. 트라이젬 20이 나온 1982년에 애플이 팔던 기종은 애플 II 플러스였고, 애플 IIe는 1983년 1월에 나왔다. 따라서 트라이젬 20이 참고한 세대는 IIe가 아니라 II 플러스 계열에 가깝다.

SE-8001과 트라이젬 20 중 무엇이 국내 최초 컴퓨터인가?

국내 최초로 상품화된 개인용 컴퓨터는 1981년 1월에 발표된 삼보 SE-8001이다. 트라이젬 20은 그 이듬해 나온 애플 II 호환기로, 개인용 컴퓨터를 국내 시장에 널리 각인시킨 기종으로 평가된다.

애플 II 호환기는 어떻게 애플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돌렸나?

6502 CPU 구조, 확장 슬롯, 그리고 애플이 만든 ROM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이 조합이 맞아야 애플 II용 소프트웨어와 디스크가 그대로 동작했다. ROM을 복사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당시 호환기는 저작권상 회색지대에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 트라이젬 20을 체험하려면?

AppleWin(윈도우), Virtual II나 OpenEmulator(macOS), MAME 같은 애플 II 에뮬레이터에 애플 II 플러스 ROM과 DOS 3.3 디스크 이미지를 올리면 트라이젬 20이 마주했던 환경에 가깝게 재현된다. 소프트웨어는 archive.org의 애플 II 라이브러리에서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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