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Macintosh 시리즈를 몇 편 쓰다 보니 계보의 맨 앞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1984년의 그 콤팩트 맥, 손잡이가 달린 베이지색 상자 말이다. 실물을 처음 봤을 때 인상은 "생각보다 작다"였다. 9인치 화면과 세로로 긴 본체가 한 덩어리라 책상 위 공간을 거의 잡아먹지 않는다.

Macintosh 128K는 1984년 1월 24일에 나온 최초의 매킨토시다. 마우스로 조작하는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흑백 CRT, 3.5인치 플로피를 한 본체에 담은 올인원으로, 대중 시장을 겨냥한 첫 GUI 컴퓨터라는 자리에 있다. 다만 128KB 메모리와 단면 플로피 한 대라는 제약이 워낙 커서, 명기로 기억되는 동시에 "쓰기 답답한 기계"로도 남았다.
Macintosh 128K는 어떤 기계인가
발표 당시 정식 명칭은 그냥 Macintosh였다. 그해 9월 후속인 Macintosh 512K가 나오면서 메모리 용량을 붙여 128K로 구분해 부르게 됐다. Jef Raskin이 시작하고 Steve Jobs가 밀어붙인 프로젝트로, Burrell Smith의 로직 보드와 Andy Hertzfeld의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좁은 메모리 안에 GUI를 욱여넣었다.
| 항목 | 내용 |
|---|---|
| 발표일 | 1984년 1월 24일 |
| 단종일 | 1985년 10월 1일 |
| 발매가 | 미화 2,495달러 |
| CPU | Motorola 68000, 7.8336MHz |
| RAM | 128KB |
| ROM | 64KB |
| 화면 | 9인치 흑백 CRT, 512x342 |
| 저장장치 | 3.5인치 단면 플로피, 400KB |
| 기본 OS | System 1 (System 0.97) |
| 최대 지원 OS | System 3.2 |
| 후속 모델 | Macintosh 512K (1984년 9월) |
여기서 68000은 모토로라의 16/32비트 CPU로, 이후 512K와 Plus, SE까지 콤팩트 맥 계열의 심장이 된다. 8MHz에 조금 못 미치는 클럭이지만 당시 8비트 개인용 컴퓨터들과는 세대가 달랐다.
128KB라는 한계가 곧 설계를 규정했다
이 기계의 성격은 대부분 메모리에서 나온다. 128KB 중 화면 버퍼와 시스템이 상당 부분을 먹고 나면 응용 프로그램에 남는 공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MacWrite와 MacPaint 같은 초기 소프트웨어는 이 좁은 공간에 맞춰 손으로 깎아낸 결과물이다.
플로피가 한 대뿐이고 그마저 단면 400KB라, 파일을 복사하려면 시스템 디스크와 데이터 디스크를 번갈아 넣었다 뺐다 해야 했다. 이 반복 교체가 하도 잦아 "플로피 셔플"이라 불렸다. 하드디스크는 표준이 아니었고, RAM도 보드에 직접 납땜돼 있어 사용자가 늘릴 수 없었다. 이 확장 불가라는 점이 후속 512K와 Plus가 빠르게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시기 경쟁작과 비교
1984년 시장에는 IBM PC와 호환기, 그리고 Apple 자사의 Apple IIe가 있었다. 대부분 텍스트 기반 명령어 인터페이스였고,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는 방식은 낯설었다. 개념적 원류인 Apple Lisa는 1983년에 나왔지만 1만 달러 가까운 가격이라 사실상 소수만 만졌다. 128K는 Lisa의 GUI 아이디어를 2,495달러라는, 그래도 손 닿는 가격으로 끌어내린 물건이다.
그렇다고 싼 컴퓨터는 아니었다. 같은 해 Commodore 64는 훨씬 저렴했고 게임과 홈 컴퓨팅에서 강했다. 128K의 승부처는 가격이 아니라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 인쇄되는 WYSIWYG 문서 작업과 그래픽이었다.
수집가 관점
실물 확보는 쉽지 않다. 최초 모델이라 수요가 꾸준하고, 온전히 동작하는 개체는 값이 제법 나간다. 흔한 고장 부위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아날로그 보드의 전해 커패시터가 세월에 마르면 화면이 안 켜지거나 찌그러지고, 플라이백 관련 부품도 약하다. 오래된 3.5인치 드라이브는 벨트나 헤드 정렬 문제로 디스크를 못 읽는 경우가 잦다.
베이지 플라스틱은 자외선에 누렇게 변색되는데, 이걸 복원하려는 시도(레트로브라이트)는 케이스를 약하게 만들 수 있어 조심스럽다. 배터리 누액이 로직 보드를 상하게 하는 것도 이 시대 기계의 공통 지병이다. 실기를 살리려면 커패시터 교체 정도는 각오하는 편이 낫다.
Mini vMac으로 오늘 다시 부팅하기
실기가 없어도 소프트웨어를 만져볼 방법은 있다. Mini vMac은 Gryphel이 배포하는 초기 매킨토시 에뮬레이터로, macOS와 Windows, Linux 등에서 돌아간다. 기본 배포판은 Macintosh Plus를 흉내 내지만, 원래의 64KB ROM을 쓰는 Macintosh 128K 전용 빌드가 따로 제공된다. System 1.0처럼 아주 초기 소프트웨어는 Plus에서는 안 돌기 때문에, 진짜 1984년 환경을 보려면 128K 빌드가 필요하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 Gryphel 사이트의
Macintosh 128K Variations다운로드 페이지에서 자기 OS용 128K 빌드를 받는다. - Macintosh 128K용 64KB ROM 이미지를 준비해
vMac.ROM이라는 이름으로 실행 파일과 같은 위치에 둔다. 실기가 있으면 CopyRoms 유틸리티로 추출할 수 있다. - Mini vMac을 실행하면 물음표가 깜빡이는 플로피 아이콘이 뜬다. 부팅 디스크가 없다는 뜻이다.
- System 1.0이 담긴 부팅 가능한 디스크 이미지를 창 위로 끌어다 놓으면 Finder가 뜨면서 부팅된다.
macOS에서 다운로드한 앱이 처음에 안 열리면 Gatekeeper 때문이다. 시스템 설정의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에서 한 번 허용해 주면 된다.
초기 System 소프트웨어와 MacPaint, MacWrite 같은 디스크 이미지는 Internet Archive의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에서 찾을 수 있다. 에뮬레이터와 실기 정보는 E-Maculation 위키가 실전 팁까지 잘 정리해 두었다.
실제로 128K 빌드로 System 1.0을 띄워 보면 왜 이 기계가 답답하면서도 특별했는지 감이 온다. 아이콘 하나 끌어 옮기는 반응, 디스크를 갈아 끼우라는 요청, 흑백 화면의 단정한 폰트까지 1984년의 사용자 경험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