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정리를 하다 오래된 뉴턴 관련 자료를 다시 들춰봤다. MessagePad 2100은 애플이 PDA 시장에서 손을 떼기 직전에 내놓은 물건이라, 지금 보면 실패한 제품 라인의 마지막 페이지 같은 인상이 있다. 그런데 사양과 필기인식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MessagePad 2100은 1997년 11월에 출시된 애플의 마지막 뉴턴 PDA다. 162MHz StrongARM 프로세서와 NewtonOS 2.1을 얹었고, 손글씨를 그대로 인식하는 기능이 당시 경쟁작과 확연히 달랐다. 스티브 잡스가 복귀 후 뉴턴 라인을 정리하면서 넉 달 만에 단종됐지만, 필기인식 완성도만큼은 지금도 회자된다.
어떤 물건인가
뉴턴은 애플이 1993년부터 밀던 PDA(개인용 정보 단말기) 브랜드다. MessagePad 2100은 그 계보의 최종형으로, 1997년 10월 20일 발표돼 11월 7일 출하됐다. 미국 기준 약 1,000달러로, 손바닥에 들어가던 경쟁작들과 비교하면 크고 비쌌다.
핵심은 CPU다. 2100에는 DEC와 ARM이 함께 만든 StrongARM SA-110이 162MHz로 들어간다. StrongARM은 저전력과 고성능을 함께 노린 ARM 계열 프로세서로, 같은 칩이 훗날 여러 임베디드 기기와 초기 PDA에 쓰였다. 전작들의 굼뜬 반응을 단숨에 걷어낸 것이 이 칩이다.
주요 사양
| 항목 | 내용 |
|---|---|
| CPU | StrongARM SA-110, 162MHz |
| ROM | 8MB (Mask ROM) |
| RAM | 8MB (DRAM 4MB + Flash RAM 4MB) |
| 화면 | 480x320, 16단계 그레이스케일 백라이트 LCD, 100dpi |
| OS | NewtonOS 2.1 |
| 확장 | PCMCIA Type II 슬롯 2개 |
| 통신 | 듀얼모드 IrDA 적외선, Newton InterConnect 포트 |
| 전원 | AA NiMH 4개 팩 |
| 크기/무게 | 약 210 x 119 x 28mm, 약 640g |
| 발표 | 1997년 10월 20일 (출하 11월 7일) |
| 단종 | 1998년 2월 27일 |
| 가격 | 약 1,000달러(미국) |
여기서 PCMCIA는 노트북 시절 쓰던 카드형 확장 슬롯이고, IrDA는 적외선 근거리 통신 규격이다. Newton InterConnect 포트는 애플이 뉴턴용으로 만든 전용 커넥터로, 시리얼 통신과 전원을 함께 다룬다. RAM을 DRAM과 Flash로 나눈 구조가 눈에 띄는데, Flash 쪽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저장 공간으로 쓰였다.
필기인식이 특별한 이유
뉴턴 1.x 시절의 필기인식은 오인식으로 조롱거리였다. 그 오명을 씻은 것이 NewtonOS 2.0에 들어간 Rosetta 인식기다. 2100은 이를 다듬은 2.1을 얹었다.
접근 방식 자체가 경쟁작과 달랐다. 같은 시기 잘 팔리던 팜파일럿(PalmPilot)은 Graffiti라는 방식을 썼는데, 사용자가 정해진 획순으로 글자를 다시 배워 지정된 입력 영역에 써야 했다. 뉴턴은 반대로 사용자의 평소 손글씨를 학습해, 화면 아무 곳에나 흘려 쓴 글씨를 문장으로 해석했다. 인쇄체와 필기체를 모두 다뤘다.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데 StrongARM의 연산력이 크게 작용했다. 손글씨 인식은 계산량이 많은 작업이고, 느린 CPU로는 실용적인 반응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뉴턴 2.1의 실제 손글씨 인식은 이후 등장한 여러 대안과 비교해도 낫다는 평가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왜 넉 달 만에 단종됐나
제품 완성도와 별개로 뉴턴 사업은 오래 적자였고 가격도 높았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이듬해 뉴턴 라인 전체를 정리했다. MessagePad 2100의 단종일이 1998년 2월 27일인 것도 이 결정과 맞물린다. 같은 NewtonOS를 쓰던 교육용 노트북형 eMate 300도 함께 정리됐다.
수집가 관점
2100은 뉴턴 중에서도 인기가 높아 중고 시세가 형편없이 싸지는 않다. 실물을 구할 때 몇 가지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 화면 아래쪽 접촉 문제나 디스플레이 얼룩. 오래된 백라이트 LCD 특유의 열화가 있다.
- 배터리 트레이. AA NiMH 팩을 쓰는데, 방치된 개체는 접점 부식이 흔하다.
- InterConnect 포트와 전용 케이블. 전용 커넥터라 케이블이 없으면 PC 연동이 번거롭다.
- PCMCIA 슬롯 인식 불량.
실물이 없어도 괜찮다. 뉴턴은 에뮬레이터 환경이 잘 갖춰진 축에 든다.
Einstein으로 오늘 다시 켜보기
Einstein은 Paul Guyot가 만든 오픈소스 NewtonOS 에뮬레이터다. GPL-2.0 라이선스이고, 뉴턴의 ARM 명령을 호스트 네이티브 명령으로 JIT(실행 시점 번역)해서 돌린다. macOS, iOS, 우분투 리눅스를 공식 지원하고 안드로이드와 라즈베리 파이, 윈도우도 부분 지원한다.
한 가지 전제가 있다. Einstein은 뉴턴 ROM 파일을 포함하지 않는다. 저작권 문제로 배포할 수 없기 때문에, ROM은 직접 마련해야 한다. 실물 뉴턴을 가지고 있다면 프로젝트 위키의 ROM 덤프 안내를 따라 자기 기기에서 추출하는 방식이 정석이다.
대략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 GitHub 릴리스에서 자기 플랫폼용 Einstein 빌드를 받는다.
- 보유한 뉴턴에서 덤프한 ROM 파일을 준비한다.
- Einstein을 실행하고 설정에서 ROM 경로와 화면 크기, 메모리 등을 지정한다.
- 부팅 후 스타일러스 대신 마우스나 터치로 화면을 조작한다.
직접 빌드하려면 소스를 받아 CMake로 구성한다. 저장소가 CMake 기반이라 순서 자체는 단순하다.
git clone https://github.com/pguyot/Einstein.git cd Einstein cmake -S . -B build cmake --build build
부팅 속도는 호스트 성능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 컴퓨터라면 실물보다 훨씬 빠르게 뜬다. 마우스로 손글씨를 흉내 내기는 어색해도, 왜 뉴턴의 인식 방식이 남달랐는지 감을 잡기에는 충분하다.
더 파볼 자료
사양과 날짜는 EveryMac의 MessagePad 2100 항목에서 교차 확인할 수 있다. 매뉴얼과 소프트웨어 이미지는 뉴턴 커뮤니티 아카이브와 archive.org에 상당량 남아 있고, Einstein 자체 문서와 ROM 덤프 안내는 프로젝트 위키가 1차 출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