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C(Multi-Party Computation, 다자간 연산)는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가 요구되는 현대 디지털 환경에서 급속도로 주목받고 있는 암호 기술이다. 특히,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공동 계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보안 모델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접근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MPC의 기본적인 개념은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여러 참여자가 각자의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면서, 특정 계산을 협업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즉, 모든 참여자는 자신이 가진 입력값을 나누어 각기 다른 형태로 공유하고, 계산 과정에서는 그 어떤 참여자도 전체 정보를 복원하거나 접근할 수 없다. 계산 결과만이 공개되며, 그 과정과 입력은 철저히 보호된다.
예를 들어, A회사와 B회사가 각각 민감한 고객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공유할 수는 없지만, 고객 겹침 여부나 공동 타깃 분석 같은 협업 분석은 필요할 수 있다. 이때 MPC를 활용하면, 양사는 자신의 데이터를 암호화된 형태로 입력하여 계산에 참여할 수 있고, 실제 데이터는 유출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분석 결과를 함께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은 특히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GDPR 같은 규제 환경에서 법적 위험을 최소화하며 데이터 기반 협업을 가능하게 만든다.
MPC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비밀 분산(Secret Sharing)이다. 이는 입력값을 여러 개의 '쉐어'로 나누고, 각 참여자에게 그 중 일부만 전달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프로토콜로는 Shamir's Secret Sharing, additive secret sharing 등이 있으며, 이들은 주어진 수 이상의 쉐어가 모여야만 원래의 값을 복원할 수 있게 한다. 이 구조 덕분에, 일부 노드가 공격을 당하더라도 전체 데이터가 유출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MPC에서 또 하나 중요한 기술은 Garbled Circuit이다. 이는 Yao의 프로토콜로 잘 알려져 있으며, 두 명 이상의 당사자가 각각의 입력을 암호화한 채 논리회로 기반으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식이다. 이 기법은 보안성이 매우 높지만 계산 비용이 커 대규모 연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SPDZ 프로토콜과 같은 고성능 MPC 방식도 개발되고 있다. SPDZ는 비선형 연산을 포함한 다양한 계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단계에서 대부분의 암호화 연산을 미리 처리함으로써 온라인 계산 단계에서 빠른 응답 속도를 보장한다. 이 방식은 특히 인공지능 모델 학습이나 예측 연산, 대용량 데이터 통계처리 등에 활용 가능성이 높다.
MPC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여러 은행 간의 공동 리스크 분석, 사기 탐지 모델 공유, 고객 점수 비교 등에 MPC가 적용되고 있으며, 의료 분야에서는 병원 간 민감한 환자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질병 연구를 위한 협업이 가능하게 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분야는 디지털 광고 산업이다. 광고주와 플랫폼 간의 개인 정보 보호 기반 광고 성과 분석을 위해 MPC가 도입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Meta(구 Facebook), Google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 기술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MPC의 도입은 기술적인 도전도 함께 요구한다.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계산 및 통신 오버헤드다. 모든 연산이 암호화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므로 일반적인 계산 대비 훨씬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WebAssembly, Rust, CUDA 기반 최적화 엔진, 하드웨어 가속 등을 활용한 고성능 MPC 플랫폼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참여자 인증, 통신 동기화, 네트워크 지연 문제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이슈다. 특히 실시간 처리 요구가 있는 환경에서는 MPC 특유의 비동기성과 통신 복잡도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가 실용화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 위해 일부 플랫폼은 MPC와 Secure Enclave(Hardware Trusted Execution Environment)를 결합하여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처리 효율과 보안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발전 속도에 맞추어 MPC는 앞으로 데이터 거버넌스와 프라이버시 기술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진행하면서도 법률적 규제를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MPC는 가장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향후에는 MPC 기술이 Federated Learning, Zero-Knowledge Proof, Blockchain Smart Contract와의 결합을 통해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보호 문제나, 공공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 측면에서 MPC는 기술적 근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MPC는 단순한 암호 기술을 넘어,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보안 컴퓨팅 프레임워크**다.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기술 담당자와 보안 아키텍트는 이 기술의 발전 흐름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