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올인원 맥을 하나씩 켜 보다가 SE 차례가 왔다. 1984년 첫 매킨토시의 상자형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SE는 그 안에 처음으로 확장 슬롯과 내장 하드디스크 자리를 집어넣은 기종이다. 실물은 사진보다 작고, 손잡이가 달린 플라스틱 케이스가 생각보다 단단하다.

매킨토시 SE는 애플이 1987년에 내놓은 콤팩트 맥으로, 9인치 흑백 화면과 68000 CPU를 쓰던 초기 맥 계열의 완성형에 가깝다. 같은 날 발표된 상위 기종 Macintosh II가 색상과 확장성을 담당했다면, SE는 기존 콤팩트 맥에 확장 슬롯(PDS)과 내장 SCSI 하드디스크, 냉각 팬을 더해 "업무용으로 오래 켜 두는 맥"을 지향했다. 지금은 Mini vMac의 SE 빌드로 System 6과 System 7까지 그대로 부팅해 볼 수 있다.
SE가 콤팩트 맥에서 처음 한 일
SE라는 이름은 System Expansion의 약자로 알려져 있다. 이름대로 이 기종의 핵심은 확장이다. 로직 보드에 PDS(Processor Direct Slot)를 하나 뒀는데, 이건 68000 CPU의 신호를 거의 그대로 끌어낸 확장 슬롯이다. 여기에 가속기 카드나 비디오 출력 카드를 꽂아 한 대를 오래 쓰도록 했다. 콤팩트 맥 중에 슬롯이 달린 건 SE가 처음이다.
두 번째는 내장 하드디스크다. 그전까지 콤팩트 맥은 플로피 두 대로 버텼지만, SE는 케이스 안에 20MB 또는 40MB SCSI 하드디스크를 넣을 수 있었다. 전면에 하드디스크 동작 표시 LED가 생긴 것도 이때다. 세 번째는 ADB(Apple Desktop Bus), 키보드와 마우스를 데이지 체인으로 잇는 직렬 버스로 이후 맥의 표준 입력 포트가 된다. 발열이 늘자 콤팩트 맥 최초로 냉각 팬도 달았다.
사양
| 발표 | 1987년 3월 2일 |
| 단종 | 1990년 10월 15일 (SuperDrive 채용 SE FDHD 포함) |
| CPU | Motorola 68000, 약 7.8MHz |
| 메모리 | 1MB 기본, 30핀 SIMM으로 최대 4MB |
| 화면 | 9인치 흑백 CRT, 512 x 342 |
| 플로피 | 800K 3.5인치 (1989년 8월 이후 1.44MB SuperDrive) |
| 저장장치 | 내장 20MB 또는 40MB SCSI 하드디스크 (옵션) |
| 확장 | PDS 확장 슬롯 1개, ADB, SCSI |
| 발매가 | 듀얼 플로피 구성 약 2,900달러, 20MB 하드디스크 구성 약 3,900달러 |
CPU 클럭은 자료마다 7.8MHz 또는 8MHz로 적는데, 실제 동작 주파수는 약 7.83MHz다. 이전 Macintosh Plus와 같은 68000, 같은 클럭이라 순수 연산 속도는 큰 차이가 없다. SE의 값어치는 속도가 아니라 확장성과 안정성에 있었다.
당시 자리
1987년 3월, 애플은 SE와 Macintosh II를 같이 내놨다. II는 68020에 컬러, NuBus 확장 슬롯 여섯 개를 갖춘 분리형 본체였고 값도 훨씬 비쌌다. SE는 그 밑에서 "책상 위 올인원"을 맡았다. 20MB 하드디스크 구성이 약 3,900달러였으니 지금 기준으로도 저렴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플로피를 번갈아 끼우던 기존 콤팩트 맥 사용자에게 내장 하드디스크는 확실한 체감 차이를 줬다.
수집가 관점
SE는 생산량이 많아 지금도 중고 매물이 비교적 자주 보인다. 대신 세월 탓에 흔한 고장이 몇 가지 있다. 전해 커패시터가 새면서 아날로그 보드나 로직 보드가 손상되는 경우, 배터리 누액으로 보드 부식이 생기는 경우, 내장 팬과 하드디스크가 수명이 다 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화면에 세로줄이 생기거나 전원이 안 들어오면 커패시터 교체(리캡)부터 의심한다.
실물 복원은 손이 많이 가고 CRT 고압이 위험하다. 그래서 "일단 System을 만져 보고 싶다"면 에뮬레이터가 빠르다.
Mini vMac SE 빌드로 부팅하기
Mini vMac은 초기 68k 맥을 가볍게 돌리는 에뮬레이터로, 기본 빌드는 Macintosh Plus를 흉내 낸다. SE를 쓰려면 SE용으로 컴파일된 변형 빌드가 필요하다. 준비물은 SE 빌드 실행 파일, SE ROM 이미지, 그리고 System이 담긴 디스크 이미지다.
ROM과 System 소프트웨어는 저작권이 애플에 있으므로, 실기에서 추출하거나 archive.org처럼 배포가 정리된 곳에서 확보한다. 설치 절차를 지원하는 공식 안내는 Gryphel 프로젝트 문서와 E-Maculation 위키에 정리돼 있다.
- Gryphel 사이트에서 SE 변형 빌드를 내려받는다. 배포 페이지에서 모델을 Macintosh SE로 골라 컴파일된 바이너리를 받으면 된다.
- SE용 ROM 이미지를
vMac.ROM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Mini vMac 실행 파일과 같은 폴더에 둔다. 이름이 다르면 인식하지 않는다. - System 6 또는 System 7이 담긴 부팅 디스크 이미지(
.dsk)를 준비한다. - Mini vMac을 실행하고, 부팅 디스크 이미지를 창 위로 드래그 앤 드롭한다.
ROM 이름을 바꾸는 작업은 macOS나 리눅스 터미널에서 이렇게 한다.
$ mv Mac-SE.rom vMac.ROM $ ls minivmac vMac.ROM System7.dsk
창에 디스크를 떨어뜨리면 SE가 부팅한다. System 6은 날렵하고, System 7은 기능이 늘어난 대신 1MB 환경에선 다소 빡빡하다. 4MB까지 끌어올린 SE라면 System 7도 무리 없이 돌아간다. Mini vMac 메뉴에서 에뮬레이트할 메모리 크기를 조절할 수 있으니 두 버전을 번갈아 띄워 비교해 보면 당시 업그레이드가 왜 필요했는지 금방 감이 온다.
디스크 이미지가 없으면 처음 부팅에서 물음표가 깜빡이는 플로피 아이콘이 뜬다. 이건 부팅 가능한 System을 못 찾았다는 뜻이라 당황할 필요 없다. 올바른 System 디스크 이미지를 끌어다 놓으면 해결된다.
지금 SE를 켜 보는 의미
SE는 1984년 맥의 디자인을 가장 오래, 가장 완성도 높게 이어받은 콤팩트 맥이다. 확장 슬롯과 내장 하드디스크라는 두 가지가 더해지면서 "사서 오래 쓰는 업무용 맥"의 틀이 여기서 잡혔다. 에뮬레이터로 System 6을 띄워 512 x 342 흑백 화면을 마주하면, 느리지만 군더더기 없는 그 시절 맥의 조작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