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ChatGPT와 Claude의 차이점을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새 Claude를 도입한 팀들에게서 받는 질문의 결이 싹 달라졌다. 예전에는 "뭘 쓸까"였다면 지금은 "Claude 모델이 네 종류나 되던데 어느 걸 골라야 하나"다. 요금표를 열어 보면 Haiku, Sonnet, Opus에 올해 새로 나온 Fable까지 있으니 처음 보면 헷갈릴 만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 프로젝트의 기본값은 Sonnet 5, 코딩 에이전트와 어려운 작업의 주력은 Opus 5다. 대량 분류나 요약 파이프라인은 Haiku 4.5로 내리고, 최고 난도 추론과 장시간 자율 에이전트에만 Fable 5를 올린다. 아래에서 2026년 8월 22일 기준 공식 요금과 함께 티어별 차이를 차례로 살펴본다.
1. 개요 - Claude 라인업은 어떻게 나뉘나
Claude 모델은 능력과 단가에 따라 4개 티어로 나뉜다. 위에서부터 Fable, Opus, Sonnet, Haiku 순이고, 현행 세대는 Claude 5 패밀리(Fable 5, Opus 5, Sonnet 5)에 경량 티어만 아직 4.5 세대인 Haiku 4.5가 맡고 있다. Fable 5는 올해 Anthropic이 Opus 위에 새로 만든 최상위 티어로, 일반 제공 모델 중 가장 강력하다.
용어 하나만 먼저 짚는다. 이 글에서 계속 나오는 thinking(확장 추론)은 모델이 답을 내놓기 전에 내부적으로 추론 토큰을 생성하는 기능이다. 추론이 깊을수록 어려운 문제의 품질이 올라가지만, 그 추론 토큰도 출력 요금으로 과금된다. 추론 깊이는 티어가 아니라 effort라는 파라미터로 조절하는데, 경량 티어인 Haiku 4.5만 이 조절을 지원하지 않는다.
2. 한눈에 보는 요금표
2026년 8월 22일에 공식 요금 페이지에서 확인한 값이다. 단위는 1백만 토큰당 미국 달러.
| 모델 | 컨텍스트 | 입력 | 출력 | 캐시 읽기 | 비고 |
|---|---|---|---|---|---|
| Haiku 4.5 | 200K | 1.00 | 5.00 | 0.10 | 경량 |
| Sonnet 5 | 1M | 2.00 | 10.00 | 0.20 | 예정됐던 3.00/15.00 인상 철회, 표준 요금 |
| Opus 5 | 1M | 5.00 | 25.00 | 0.50 | fast mode는 2배 요금 |
| Fable 5 | 1M | 10.00 | 50.00 | 1.00 | 최상위 티어 |
티어를 한 단계 올릴 때마다 단가가 2배에서 2.5배씩 뛰므로, 전 트래픽을 한 모델에 몰지 말고 작업 난이도별로 나눠 태우는 라우팅 설계가 비용을 좌우한다. 네 모델 모두 배치 API로 돌리면 50% 할인이 있고, 반복되는 시스템 프롬프트는 프롬프트 캐시로 입력 단가를 1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는 점도 같이 계산에 넣어야 한다.
Haiku와 상위 티어를 비교할 때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Fable 5, Opus 5, Sonnet 5는 같은 텍스트에서 토큰을 대략 30% 더 많이 세는 새 토크나이저를 쓰고 Haiku 4.5는 이전 토크나이저를 쓴다. 정확한 증가폭은 콘텐츠와 워크로드에 따라 다르지만, Haiku 대비 실비용 차이는 표의 단가 비율보다 더 벌어진다.
3. Haiku 4.5 - 물량전 담당 경량 모델
Haiku는 분류, 추출, 요약, 라우팅처럼 건수가 많고 개별 난이도는 낮은 작업을 담당하는 티어다. 입력 1달러, 출력 5달러로 절대 단가가 가장 싸고 응답도 가장 빠르다. 멀티에이전트 구성에서 검색이나 문서 읽기를 맡는 서브에이전트 워커로도 잘 맞는다.
주의할 부분은 세대 차이다. 유일하게 컨텍스트가 200K 토큰이라(나머지 셋은 1M) 대용량 문서를 통째로 넣는 작업에는 제약이 있고, thinking을 켜는 방식도 budget_tokens로 추론 토큰 예산을 직접 지정하는 기존 extended thinking 방식이라 5 패밀리와 코드가 달라진다. 아래 7절에서 다루는 effort 파라미터도 지원하지 않는다.
4. Sonnet 5 - 새 프로젝트의 기본값
Sonnet 5는 품질과 단가의 균형점에 있는 중간 티어다. 1M 컨텍스트에 adaptive thinking(모델이 추론 깊이를 스스로 조절하는 방식)을 지원해서, 일상적인 개발 보조, 챗봇 백엔드, 코드 생성까지 대부분의 워크로드를 무리 없이 받는다.
요금에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입력 2달러, 출력 10달러는 출시 프로모션 가격으로 시작했는데, 2026년 9월로 예정됐던 3달러/15달러 인상이 철회되면서 그대로 표준 요금이 됐다. 인상을 전제로 비용 계획을 잡아 뒀다면 지금 단가로 다시 계산해도 된다.
5. Opus 5 - 코딩과 에이전트의 주력
Opus 5는 실무 플래그십이다. 복잡한 리팩터링, 장시간 에이전트 작업, 품질이 곧 성과인 생성 작업의 주력으로 쓰기 좋고, Claude Code 같은 코딩 에이전트 도구에서도 주력 티어로 쓰인다. thinking이 기본으로 켜져 있어서(adaptive) 별도 설정 없이도 어려운 요청에 알아서 추론을 태운다. 뒤의 Fable 5 절에서 다루는 안전 분류기의 refusal 응답은 Opus 5에도 똑같이 있으므로, 처리 코드는 이 티어부터 필요하다.
단가는 Sonnet의 2.5배(5달러/25달러)다. 특이 기능으로 fast mode가 있는데, 같은 모델의 초당 출력 토큰 속도를 최대 2.5배로 올리는 대신(첫 토큰까지의 지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요금이 2배(10달러/50달러)인 리서치 프리뷰 기능이다. 쓰려면 베타 헤더(fast-mode-2026-02-01)와 사전 접근 승인(계정 관리자 요청 또는 대기명단)이 필요하고, Anthropic 직영 API 전용이라 Bedrock이나 Vertex AI에는 없으며 배치 API와도 같이 못 쓴다. 조건이 맞고 응답 지연이 UX를 좌우하는 대화형 서비스라면 검토할 만하다.
6. Fable 5 - 최상위 티어, 제약도 같이 온다
Fable 5는 일반 제공 모델 중 가장 강력한 최상위 티어다. 1M 컨텍스트에 한 번에 최대 128K 토큰까지 출력하고, 가장 어려운 추론과 장시간 자율 에이전트 작업을 겨냥한다. 참고로 같은 능력에서 안전 분류기만 뺀 Mythos 5가 따로 있는데, 이쪽은 Anthropic이 승인한 조직에만 제공되고 일반 사용자는 안전장치가 추가된 Fable 5를 쓴다.
단가(입력 10달러, 출력 50달러)만 보고 덜컥 골랐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 다른 티어와 API 동작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thinking이 항상 켜져 있고 끄는 옵션이 없다. thinking 파라미터에 disabled를 보내면 400 에러가 나므로 파라미터 자체를 생략하는 코드가 맞다. 원시 추론 과정은 어떤 설정으로도 반환되지 않는다. 기본 설정(display가 omitted)에서는 thinking 필드가 빈 채로 오고, summarized로 명시해야 요약본이라도 받을 수 있다.
운영 요건도 있다. 안전 분류기가 요청을 거부하면 HTTP 에러가 아니라 정상 응답(200)에 stop_reason이 "refusal"로 온다. Fable 5와 Opus 5 공통 동작이라 어느 쪽을 쓰든 응답을 읽기 전에 stop_reason 확인이 필수이고, 처리하지 않으면 빈 응답이 사용자에게 그대로 나갈 수 있다. 거부 시 하위 모델로 자동 전환하는 서버측 fallbacks 파라미터도 있는데, 아직 베타라 server-side-fallback-2026-07-01 베타 헤더를 함께 보내야 동작한다. 참고로 Fable 5는 2026년 6월 수출통제 조치로 접근이 중단됐다가 6월 30일 강화된 분류기와 함께 복구됐는데, 그 뒤로 일상적인 코딩 요청에서도 오탐 거부가 늘었다는 공식 언급이 있다. 자율 에이전트에 올리기 전에 자기 워크로드의 refusal 비율을 실측해 두자. 그리고 Fable 5는 데이터 30일 보존이 필수 조건이라 zero data retention 계약 조직에서는 아예 호출이 거부된다.
7. API에서 세대 차이가 나는 지점
모델명만 바꿔 끼우면 될 것 같지만 파라미터가 티어와 세대에 따라 다르다. 추론 깊이는 effort라는 파라미터로 조절하는데, low부터 max까지 5단계(low, medium, high, xhigh, max)다. 5 패밀리 세 모델과 Opus 4.5 이후 구세대 일부가 지원하고, Haiku 4.5는 지원하지 않는다. 기본값은 high로, 파라미터를 생략한 것과 동작이 같다. 같은 모델로 가벼운 작업은 low, 어려운 작업은 xhigh로 나누면 모델 교체 없이 비용을 조절할 수 있다.
import anthropic
client = anthropic.Anthropic()
resp = client.messages.create(
model="claude-opus-5",
max_tokens=16000,
output_config={"effort": "low"}, # low / medium / high(기본) / xhigh / max
messages=[{"role": "user", "content": "이 함수 시간복잡도만 알려줘: ..."}],
)
if resp.stop_reason == "refusal":
print("안전 분류기 거부 - fallback 처리 필요")
else:
for block in resp.content:
if block.type == "text": # 앞에 thinking 블록이 올 수 있다
print(block.text)
thinking 설정도 티어마다 다르다. Fable 5는 생략(항상 켜짐), Opus 5와 Sonnet 5는 adaptive 방식(생략해도 켜짐, 끄는 건 effort high 이하에서만 가능), Haiku 4.5만 budget_tokens를 직접 지정하는 기존 방식이다. 그리고 5 패밀리에서는 assistant 메시지를 미리 채워 응답 형식을 유도하던 prefill 기법 자체를 지원하지 않는다(400 에러). JSON처럼 일정한 응답 형식이 필요하면 structured outputs(output_config.format)를 쓰라는 것이 공식 권장이다. 수만 토큰대의 긴 출력을 받을 때는 HTTP 타임아웃 때문에 스트리밍 호출이 안전하고, 공식 SDK는 max_tokens가 21,333을 넘으면 아예 스트리밍을 요구한다.
8. 상황별 선택 가이드
내 기준으로 콕 집으면 다음과 같다.
- 대량 분류, 추출, 요약 파이프라인: Haiku 4.5. 단가와 속도가 결정 요인인 구간이다.
- 새 서비스 백엔드, 개발 보조 기본값: Sonnet 5. 품질 대비 단가는 이 티어가 균형점이다.
- 코딩 에이전트, 복잡한 리팩터링, 품질 우선 생성: Opus 5. 응답 속도가 급하면 fast mode를 검토한다(직영 API 전용).
- 최고 난도 추론, 장시간 자율 에이전트: Fable 5. 단 refusal 처리(Opus 5도 동일)와 오탐 거부 가능성, 30일 보존 요건을 먼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이 요금과 라인업은 몇 달 단위로 바뀐다. 예정됐던 인상이 철회되기도 하고 Fable처럼 새 티어가 생기기도 하니, 이 글의 숫자도 읽는 시점에는 달라져 있을 수 있다. 모델명을 코드에 하드코딩하지 말고 설정으로 빼 두고, 의사결정 전에는 글 하단의 공식 요금 페이지를 다시 확인하자.